
마르코스 노박의 강의가 2009년 11월 23일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열렸다. 강의의 주제는 딱 한단어로 설명할수없을만큼 다양한관점의 생각들이 흘러나왔다. 그러나 내가 본 강의의 가장 큰 핵심은 "트랜스trans"이다. 건축을 소재로 예기를 하자면,과거의 건축이 "주거하는 기계"라는 르코루뷔지에의 모던니즘적인 사고에서, 영국의 혁명적인 그룹 아키그램의 "움직이는 건축"에서한단계 진일보한 "변형하는 기계"처럼 끊임없이 그 형태를 변이, 변증하는 방식들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Bio시대에 걸맞는자가증식의 모습을 보여주는 개념들이 이번 강의에서 나타났다. 딱히 건축이라 정의를 할 필요없이 노박의 강의는 사회전반의문화,예술의 현상을 두루 섭려해주는 해안을 보여주었다.
그중 가장 가슴에 와닿은 것은, 기차가 선로에 이탈한다는뜻의 "derail·ment"이다. 가끔 지하철이 탈선하는 끔찍한 꿈을 꾸지만 그런 두려움을 극복하고 다른 노선을 택하는 것이,새로운 것을 하는 출발점이 될것이다. 예를들어 건축과 음악이 만나 "ArchiMusic"이라는 신조어가 되듯이 다른 분야의 것이만나 새로운 현상과 파장을 일으킬수있다. 그러나 이러한 만남도 두축의 만남이라는 한계를 벗어나지는 못한다. 만약 이둘이 만나전혀다른 무엇이 나온다면 그것은 음악과 건축도 아닌 새로운 변종의 무엇이 나올것이다. 이렇듯 두가지 다른 분야의 축들의 X자만남의 선로를 벗어나는 것- "derail·ment"이다.
건축을 전공해서 건축만 열심히해도 건축가로 살아갈 수있다. 음악을 전공해서 음악만 열심히해도 음악가가 될 수있다. 그러나 그이상은 될수없다. 또는 음악과 건축이 만나 새로운 것을하더라도 그 새로움이라는것이 두개의 만남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한다면 그것또한 그 상태에서만 새로운 한계를 보일것이다. 우리가하는 일이 두가지 축들을 만나 전혀 새로운 분야로 뛰어넘듯이, 새로운 분야와 생각으로 건너뛸수있는 지혜가 필요하다.
노박은 이러한 다양한 분야의 것들이 만나 접점을 이루는 균형을 지혜라고 얘기한다. 그리고 그것이 만들어내는 더 궁극적인 상태가 "Beauty"이다. 그냥 우리가 예쁘다고 표현하는 그런 단어의 Beauty가 철학의 궁극적인 형태로 사용되어지자, 나는 사뭇내가 사용하는 단어와 의미들에 너무 일차적인 교감만 하고있다는 반성을 하게되었다. 역으로 이러한 한계를 벗어던지고 지금 내각사용하는 단어의 의미와 그 뜻을 보다 넓은 의미로 확장해서 이해한다면 노박이 말한 "derail·ment"를 할수있지않을까?라는 호기심이 생겼다.
이번 노박의 강의는 어려운 건축의 내용을 건축만의 용어로 보여주지않고, 그의 넓은관심과 이해의 폭에 걸맞게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경험할 수있는 사고의 철학적인 부분을 알려주었다. 누구나 지금의시대가 통합과 통섭의 시대라고 얘기는 하지만, 어떻게 그것을 경험해야하고 해야하는지 제대로 그 방식을 이해하고있는 사람은 극히드물다. 이문제는 전공자에게 끝나는것이 아니라, 그것을 가르치고 배우는 선생님과 학생의 문제로 이어지기때문에 누구를 가르친다는교육에 몸을 담고있는 사람들이라면, 더 신중히 반성하고 이해할 필요가 있다. "과연 서로 다른 언어로 배움을 해온 사람들이여러분야의 것을 하게됨에따라 서로다른 언어로 얘기하는 충돌을 어떻게 교육할것인가?"라는 질문에 노박은...
"어떤한 학생이 자신은 음악을 전공하지 않았고 악기도 다루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어떻게 음악을 만드냐고 나에게 말했다. 그러나너가 음악을 하지않았다고 하더라도, 왜 사람들이 소리에 반응하고 음악을 듣는지를 생각해보라고 나는 얘기했다. (중략)"
이부분에서 나는 서툰 영어실력으로 들리는 문장하나하나에서 조금씩 흥분이 되었다. "소리에 반응을 한다." 이것은 내가 음악이무엇이다 규정을 짓고, 디자인은 무엇이다 규정을 지음으로해서 전공을 만들고 구분을 짓는 경계짓기에서 벗어나 무언가를 정말생생하게 맞닿뜨리는 어린아이의 자세를 보여주었다. "rare" 한것...
굳이 다른 분야의 전문용어나 이해의범주를 가지고오지 않다라도, 무엇을 같이한다는 것은 이러한 생생한 반응의 자세에서 서로 연결되지 않을까?라는 확신이 들었다.지금 내가 하고있는 디자인이라는 분야도 내가하는 분야로만 한정해버림으로써 무한한 가능성을 닫아놓아버린 것이다. 처음에 우리가무엇을 만날때 느끼는 호기심과 생생함은 어느새 사라져버리고 일상에 젖어 살아가기 바빴다.
마르코스 노박의 강연은그런 나에게, 건축의 언어로 집을 어떻게 짓느냐라는 생산적인 질문이 아닌, 사람의 몸의 언어로 어떠한 집이라도 지을 것을 권하는희망적인 질문이었다. 이번 강연은 그동안 갇힌 나의 생각과 경험의 폭을 새로운 방향으로 넓혀주는 계기가 되었다. 이제 멋지게기차길을 벗어날 차례이다. 희망적인 탈선?을 위해서...
-마지막 질문에 노박은 이런말을 했다.
"코끼리가어렸을때는 작은 막대기가 무서워 우리를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나 코끼리는 어른이 되어도 막대기를 벗어나지 못한다. 그 막대기에길들여져 어렸을때를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여러분 주위에도 그런 막대기가 있다. 그것을 벗어던지면 정말 그 막대기가 작은것을알게될것이다. (중략)
글. 강구룡




